자외선 차단제 주요 성분인 옥시벤존 등 함유된 제품 유통·판매 금지키로
하와이주, 해양생물 보호위해 자외선차단제 제한
미국 하와이주가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함유된 자외선차단제의 판매와 유통 금지에 나선다고 한다. CNN 방송에 따르면 하와이주 의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50개주 가운데 최초로 이런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데이비드 이게 주지사가 서명하면 2021년 1월부터 발효된다. 윌 에스페로 하와이주 상원의원은 법안 가결 뒤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 이런 법안을 통과시킨 첫 번째 주가 됐다"면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우리 바다 환경을 보존하고 보호하자"고 했다.
비영리 과학단체 하이레티쿠스 환경연구소는 인체의 자외선 차단을 돕는 화학물질인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하와이 해양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화학물질들은 해변에서 수영을 하거나 폐수처리시설에서 방류할 때 검출되고 있으며, 어린 산호의 백화현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현상은 수온이 올라 산호 내에서 자라는 조류가 죽고 다른 해양 생물의 먹이가 사라질 때 발생한다.
문제가 되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는 3500개가 넘는 자외선 차단제품에 들어갈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성분이다.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샴푸 같은 다양한 제품에도 들어 있다. 이들은 유해한 자외선을 흡수하여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동안 물에 씻겨나가 산호와 어류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오염독성학저널아카이브'에 실린 2015년 논문에 따르면 매년 1만4천t의 자외선 차단제가 세계 산호초로 흘러들고 있다.
옥시벤존은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품에 함유되는 성분인데, 특히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에 많이 사용된다. 옥시벤존은 어린 산호에 치명적인 기형을 초래하며, 산호가 하얗게 탈색되는 백화현상을 초래하고, 디엔에이(DNA) 손상을 가져오며, 성장과 번식에도 악영향을 준다. 또한 이 물질은 ‘내분비 교란물질’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여 수컷 물고기가 암컷화되게 만들거나, 생식 관련 질환을 유발하고, 배아 발달단계에서 기형을 유발한다.
한편 하와이항공은 하와이 산호초 보호 노력의 하나로 지난달부터 문제의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천연 자외선차단제 샘플를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또 모든 항공편에서 산호초 보호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11분짜리 영상물도 방영하고 있다. (연합뉴스(2018.5.18) 보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