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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버닝썬 수사 실패원인 상관들이 수사 가로막아 직권남용으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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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 '버닝썬 사건' 수사가 경찰 내분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검찰에 '버닝썬 수사 과정에 대한 내사를 상관들이 가로막았다'며 경찰 간부 2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진정했다. 6일(2019.6) 경찰 등에 따르면, 강남경찰서 소속 엄모 경위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과 강남경찰서장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달 말 검찰에 제출했다. 엄 경위는 강남 클럽 탈세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3월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에 파견됐고, 서울청 광역수사대(광수대) 소속 A 경위와 강남경찰서 B 경사에 대해 클럽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던 인물이다.

 


2. 엄 경위 진정서를 요약하면 '버닝썬 수사가 실패한 원인은 광수대 A 경위가 가져온 가짜 정보를 바탕으로 초동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며, 그 과정을 내사하려 하자 간부들이 본인(엄 경위)을 비(非)수사 부서로 발령냈다'는 것이다.

 

3. 경찰은 즉각 반박했다. 지수대는 6일 "제보자나 구체적 (첩보) 근거를 밝히고 정식 절차를 거쳐 첩보를 낼 것을 요청했지만 엄 경위가 반드시 본인만이 내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엄 경위 인사 조치에 대해서는 "본래 파견 목적에 맞지 않는 수사를 원해 돌려보냈고 강남서장이 수사 부서 발령을 검토했지만 담당 팀장들이 받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4. 경찰 내부에서는 엄 경위의 진정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경찰은 검찰 고위 간부 관련 사건 2건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했고,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간부 3명을 고소했다. 이 사건들과 관련,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간부들을)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고 (수사가) 안 되는 것들은 여러 강제 수사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5. 그로부터 10여일 만에 이번에는 경찰이 조직 내 고위 간부를 검찰에 직접 내부 고발한 것이다. 경찰이 검사들의 고발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수사하던 상황에서, 이번에는 거꾸로 경찰 간부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대결 국면에서 이번 진정 사건을 활용하려 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