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날을 떠난다.
그는 7일(2018.5) 마지막 홈경기에서 “나도 한 명의 아스날 팬으로 돌아간다. 그리울 것”이라며 담담하게 작별인사를 건넸고, 이에 구단은 그라운드에서, 6만의 팬은 관중석에서 그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답했다.
“Merci Arsen!” 아름다웠던 그의 축구 만큼이나 아름다운 노장의 퇴장이다.
아스널에서 1235번째이자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마친 것이다. 이로써 벵거 감독은 아스널에서 707승 280무 248패를 기록했다. 20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초 무패 우승을 지도한 그는 리그 3회, FA컵 6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허더즈필드 타운과의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38분 피에르 오바메양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벵거 감독에게 마지막 승리를 안기며, 유종의미를 거두게 했다.이날 경기 전까지 아스널은 리그 원정 7연패 중이었다. 그리고 올해 거둔 유일한 리그 원정 승리였다. 아스널은 현재 최종 성적 19승 6무 13패(승점 63)로 6위를 기록했다. 벵거 감독 취임 후 가장 낮은 순위다.
벵거 감독은 “한 팀에서만 1235번째 경기를 마쳤으니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 즐기려면 이겨야만 했다. 선수들이 승리를 안겨줘 행복하다. 난 슬프다. 쉽지 않으나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난 이제 아스널 팬으로 남을 것이다”라며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벵거 감독은 자신이 가장 사랑한 팀인 아스널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는 “아스널은 좋은 팀이다. 후임이 밝은 미래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아스날의 전설이 된 아르센 벵거지만 그의 영국생활은 쉽지 않았다. 벵거 감독의 영국 생활 출발은 조롱과 함께였다. 그는 1987년 고국인 AS 모나코 감독 부임 첫해인 87-88 시즌에 AS 모나코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 해에 프랑스 최고의 감독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지만 94년에 모나코에서 해임된 후 J리그 나고야 그림퍼스를 맡아 그의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1996년 9월 아스날 사령탑에 지명됐지만 영국 언론들은 “아르센이 누구야?”라며 놀렸다. 프랑스인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축구 종주국의 콧대는 2년도 안 돼 납작해졌다. 만년 중위 팀이던 아스날이 벵거 부임 2년 차인 97~98시즌에 리그 우승컵을 품었다. 03~04시즌엔 EPL 사상 전무후무한 ‘무패 우승’도 달성한다. 그의 축구를 일컬어 ‘벵거볼’이라고 부른다. 벵거볼은 세계 축구사를 빛낸 전술이다. 70년 브라질의 사상 세 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끈 마리오 자갈로 감독의 ‘4백’, 74년 네덜란드 리누스 미켈스 감독의 ‘토털 사커’, AC밀란의 전설을 이끈 아리고 사키 감독의 ‘압박 축구’를 결합시킨 종합판이다. 빠른 속도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상대를 공략하는 아스날 선수들이 마치 말이 달리는 것 같다고 해서 사람들은 벵거볼에 ‘두두다다’라는 별명을 붙였다. 벵거볼은 이와 유사한 스페인 ‘티키타카’ 전술의 형님 격이다.
아르센 벵거(Arsen Wenger· 69) 감독이 추구한 축구는 98년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프랑스 대표팀의 ‘아트 사커’와 유사했다. 탁월한 개인기와 체력을 갖춘 선수들을 공간 창조와 빠른 패스에 바탕한 팀 전술에 녹아들게 함으로써 상대 팀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는 전법으로 상대에게는 공포 그 자체지만, 팬들에겐 ‘재미있고 아름다운 축구’였다.
벵거 이전의 EPL은 힘과 롱패스 위주의 거칠고 투박한, 재미 없는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벵거는 테크닉과 스피드, 압박이 결합된 아름다운 축구를 EPL에 가져왔고, 이후 EPL은 축구종주국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변화를 이루었다. EPL의 역사를 봐도 그는 단순한 한 명의 감독이 아니었다. 그는 EPL을 세계 최고 리그로 성장시킨 은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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