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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왜 아이 잃은 부모들이 이채익 의원 앞에 무릎을 꿇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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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 사건 등을 계기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논의하고 적극적인 예산 지원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일명 ‘민식이법’ 입법을 비롯해,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ㆍ유찬이법 등 관련 법안들의 연내 처리 의지도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민식이법이 지난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멈출 수 없다”며 “오는 28일 법안소위에서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ㆍ유찬이법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5년간 34명에 이른다”며 “교통안전 법안 처리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는 현재 아이들의 이름을 딴 교통안전 관련 법안만 총 6개가 발의돼 있다. '민식이법'과 25일 소위를 통과한 '하준이법' 외에도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이 계류 중에 있는 것.


이 법안들은 지금껏 관련 상임위에서 겉돌고 있는 상태다. 재발방지를 위한 부모들의 애타는 외침에도 법안 대부분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심의조차 없이 방치돼 왔던 것이다. 그중 '해인이법'은 무려 3년이 넘도록 국회에 묵혀 있다.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의원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법안처리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할 만큼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여야는 잦은 정쟁과 파행을 거듭하며 공전을 거듭해왔고, 그로 인해 수많은 개혁-민생 법안들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 역시 이같은 국회의 무책임과 무관심의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국회 의원실 296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어린이 생명안전법 통과 동의서를 전달하고 서명을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20대 국회의원 296명 중 92명만이 이 동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이 128명 중 64명(동의율 50%), 자유한국당이 109명 중 7명(6%), 무소속 18명 중 7명(39%), 정의당 6명 중 6명(100%), 바른미래당 27명 중 4명(15%), 민주평화당 5명 중 3명(60%), 민중당 1명 중 1명(100%), 우리공화당 2명 중 0명(0%)이 서명했다.


다른 것도 아닌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법안임에도 의원들의 관심도가 이처럼 현저히 낮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권이 걸려있는 사안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면서도 정작 국민의 안전과 생명, 민생을 위한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버리기 일쑤니 국회에 대한 불신과 원성이 점점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스쿨존 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20대 국회 종료 시점이 점점 다가 오면서 관련 법안이 폐기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의 대화' 이후 꺼져가던 불씨를 가까스로 되살리기는 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과 패스트트랙 처리 등을 둘러싸고 정국 갈등이 첨예하게 펼쳐지고 있어 관련 법안의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채익 자식잃은 부모들이 자한당 행안위 간사인 이채익 의원 앞에서 무릎꿇고 애원하고 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이 오전 10시(2019.11.27) 회의장에 들어서는 행안위 위원들에게 일일이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품에는 아이들의 사진을 꼭 껴안고 있었다. 특히 행안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이 오전 9시 40분쯤 회의장 앞에 나타나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엄마들이 “제발 아이들 좀 봐주세요. 물에 빠진 아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제발 건져만 주세요. 건져만”(민식엄마), “의원님, 저희 아이들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태호엄마), “제발 소위 좀 열어주세요”(해인엄마)라고 외치자 이 의원은 “아니, 이렇게 하지 마시고요”라면서 굳은 표정으로 난색을 보였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28일 행안위 소위 개최 문제와 관련, 취재진에게 “합의한 적 없다”, '논의할 시간이 없다' 는 답변을 했었다. 이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가자 부모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소리 내 울었고 몇몇 아빠들은 주저앉았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이 오전 10시 10분쯤 회의장에서 나와 “28일에 법안소위를 연다고 위원장께서 말씀하셨다”면서 “아이들 법이 한꺼번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오시게 하지 말아야 했는데 죄송하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