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들었던 것은 진중권선생님 같은 분들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욕하고 있지만, 나는 그가 변절하거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본다. 그 분이 하는 말은 “검찰 개혁은 해야 하지만 조국은 부도덕하다. 이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국이 부도덕해서 반대한다는데 그게 왜 욕먹을 일인가? 나도 조국이 부도덕하다면 반대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정의 관념과 내 정의 관념이 정확히 일치한다. 단지 다른 것은 그는 부도덕하다고 보지만 나는 부도덕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하면 내 주변의 꽤 많은 친구들이 촛불 집회를 보면서 비아냥거린다. 그래서? 범법자를 조사하지 말라고? 이게 말이 돼?
나는 처음부터 오만했던 것 같다. 나도 시작할 때 ‘이게 말이 돼? 미친놈들’이었다. 물론 그 대상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언론이었다.
조국후보의 딸을 정유라와 비교하고, 논문조작으로 대학을 들어갔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통용되지 않을 줄 알았다. 전국민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게 가능한 건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전 국민이 미쳐가고 있는 상태’를 보았다.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하나하나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어제 3개를 더 반박했으니 대학입시와 관련해서 20개의 가짜 사실을 반박한 셈이 된다. 그런데도 아직도 꽤 많은 사람들이 ‘부도덕한 입학’으로 보고 있다.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당신에게 와서 당신과 친한 사람을 험담한다.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몇번 듣다보면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험담이 한두개가 아니다. 그 뒷담화는 매우 그럴 듯하고,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한다.
이렇게 되면 그에 대해서 새롭게 판단할 것이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그가 정말 부도덕하다고 판단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에 대한 판단조차 귀찮아질 것이다. “조국 아니면 안 돼? 이 정도 욕 먹었으면 그만 내려오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사실을 이야기해도 ‘수십가지 의혹’과 그의 부도덕성을 직결해 버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실패했다. 나는 ‘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의혹을 퍼뜨리고, ‘까도까도 의혹’이라고 하면서, 그래서 일단 한번 퍼지면 팩트를 이야기하는 속도보다 부도덕성을 확신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어있다. 그들은 가짜 기사를 써대고, 반드시 그 기사 옆에 ‘편법, 특권’이라는 키워드를 끼워넣었다. 몇몇 전문가들을 불러내 ‘그들의 입으로 이건 편법이다, 특혜다’라고 말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젊은 학생들을 인터뷰해서 ‘박탈감을 느낀다’ 라는 기사를 싣는다. 거기에 실업계 고등학교 지원한 학생들의 기사를 넣어 조국 후보의 딸과 비교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의혹덩어리’가 되고 ‘죽일 년’ ‘특권층 자녀’가 되어버린다. 거기에 그는 뒷담화가 아주 잘 만들어질 환경이었다. 부자에다, 잘 생겼다, 돈이 많다.. 이제는 그 어떤 사실과 해명도 사실이 아닌게 된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렇게 성공한 경험이 있었다. 수십가지 의혹을 보도한 뒤에는 사실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직접 자신의 두눈으로 똑똑히 ‘아방궁’이 아닌 것을 확인한다고 해도 ‘아방궁’이 아닌 것처럼 보는 자신의 눈을 탓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분명하게 말하는데 나는 이 진실 게임에서 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흠집이 있다고 해서 뽑지 않을 수는 없다’라고 말하고, 심상정의원도 ‘20대에게 미안하지만 검찰개혁도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촛불 집회에 온 사람들도 “조국이 좋아서 나온 것은 아닌데, 검찰개혁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도, 심상정 의원도, 그리고 촛불의 그 참가자의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 정치적이고, 고상하고, 도덕적인 어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20대에게 미안할 일이 있다면 물러나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면 물러나야 한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다면 물러나야 한다. 장관으로서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난 아직까지 도덕적 흠결을 찾지 못했다. 완전무결하다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의 결격사유를 찾지 못했다. 특히 자녀 입시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도덕적인 문제도 없다. 그리고 이번 검찰의 개입으로 이 확신은 더욱 강하게 들었다. 검찰이 입시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당시 합격자들의 어학능력과 면접 점수, 생기부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가 정상적으로 입학했는지 아닌지 쉽게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부분이 정상이고 비정상적이었는지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이 낸 몇가지 성과가 입시에 관련해서는 한두가지밖에 없다. 그 첫째가 ‘논문 냈는데 안냈다고 거짓말했다’라는 사실을 조중동에 일러바치기였다. 그리고 어제는 ‘재택 인턴을 했다’는 것을 조중동에 ‘보고’했다. 필요도 없는 인턴증명을 찾기 위해 11시간이나 가정집을 압수수색했다. 수십명의 특수부대원(그냥 대테러조직들 같으니 앞으로 이렇게 부르련다) 들이 결정적인 증거하나 찾지 못하고, 온 국민의 웃음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일까? 아니, 나도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이 사건에 개입되지 않고, 정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를 때는, 그래서 초창기에는 순진하게도 ‘정말 기자들이 왜 이럴까? 안 챙피하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졌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팩트가 아니었다. 그냥 흠집을 내기위한 집요하고도 지속적인 작업이었다. 검찰은? 그들 말대로 엄정 수사를 했다면, 이쯤이면, 당시 고려대를 입학한 학생 중에서 의심스러운 학생 서넛은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입학한 학생들과 조국의 딸과 비교한 결과도 브리핑했을 것이다. 그들은 압수수색을 햇지만, 일을 안했다. 정말 부정입시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오로지 조국의 딸의 흠집만 찾았다. 그리고 그 흠을 발견하지 못하면, 언론에 흠이 될만한 것을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하게 했다. 정말 검찰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엄정 수사하라. 합격자 전수조사하라. 그리고 철저하게 파헤쳐라. 이따위 조중동 시녀노릇좀 그만해라.
그리고 나는 더이상 조중동의 ‘팩트체커’노릇을 하고싶지 않다. 그들은 앞으로도 수십개의 가짜뉴스를 생산해낼 것이다. 조금만 이상해도 터뜨릴 것이다. 검사들의 농담하는 이야기도 조국장관에게 흠집이 되면 기사로 실을 것이다. 그들과의 싸움은,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나 한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내련다. 앞으로는 팩트를 말하기보다는 당신들의 인격을 비난할 것이다. 한번도 내가 정치적인 어느쪽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철저히 당신들 반대편에 설 것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우선 사과하라.
조국 장관의 딸 입시에 대해서
1. 필기시험도 안보고 들어갔다고 한 기자 사과하라
2.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고 프리패스 했다고 한 자 사과하라.
3. 소수의 특권층만 가는 황제전형이라고 했던 자 사과하라
4. 국제반 가서 내신 잘받아서 들어갔다고 한 기자 사과하라
5. 논문으로 갔다고 한 기자 사과하라
6. 당시 그 어떤 입학사정관도 알지 못하는, 제1저자로 갔다고 한 기자 사과하라
7. 장교수가 제1저자 청탁받았다고 쓴 기자 사과하라 (논문청탁과 제1저자 청탁은 하늘과 땅차이다)
8. 제1저자라는 것을 고대에서 알았기에 합격했다고한 기자 사과하라
9. 이과는 반드시 논문내야했다는 가짜 기사 쓴 기자 사과하라
10. 영어도 못하는데 대학 붙었다고 한 기자 사과하라
11. 내신 안좋다고 조롱한 기자 사과하라
12. 정유라와 같은 케이스라고 한 기자 사과하라
13. 진학담당교사가 주선한 것을 특권층의 품앗이라고 한 기자 사과하라
14. 고대 측에 제1저자면 합격취소할거냐고 교묘히 유도질문한 기자 사과하라
15. 외고가서 이과 간 것은 전형적인 강남엄마 수법이라고 개소리한 것 사과하라.
16. 이명박 정권에서 만든 전형을 보고 ‘특권층의 리그’라고 교묘하게 포장한 것 사과하라
17. 필요도 없는 인턴증명서 조작했다고 연일 난리친 것 사과하라
18. 엄청난 컨설팅 비용을 들여야만 이런 진학을 할 수 있다고 사기친 것 사과하라
19. 재택 인턴 조롱한 것 사과하라.
20. 이 모든 것을 종합할 때 고대갈 실력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거짓을 버무려서 ‘입시전문가’의 말을 통해 하게 한 나쁜 놈 사과하라.
쓰다보니 눈물이 나네. 내 딸에게 이런 집요한 음해를 했다면, 정말 다 칼로 찔러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겠다. 아니 정말 당신들 싸이코패스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10개 이상 터뜨릴 것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때마다 반박하지 않으려 한다. 반박만으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당신들같은 쓰레기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누군질 아나? 본디오 빌라도라는 사람이다. 매주마다 기독교인들은 그의 이름을 외운다. 당시 크리스천들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사도신경’에 그 이름을 넣었을까. 대한민국에는 ‘무현신경’이 아직도 떠돈다. 그래서 그때의 그 검사들 이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더이상, 이런 음해가 계속되면 ‘조국신경’에 당신들의 이름이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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