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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청래 의원이 탈당한 금태섭씨에게 '나가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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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퍼왔습니다. 

 

 

<진실을 알려주마!>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 테드(TED)의 스타 강사인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 풀니스(FACTFULNESS)라는 책이 있다.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무식하고 무능한 일인가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본능, 운명 본능, 단일간점 본능, 비난본능, 다급함 본능 등 오해와 편견이 부르는 재앙을 10개 분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팩트에 기초하지 않는 확증편향이 얼마나 세계와 사물을 오해하고 오독하는지 보여주고 사실성에 충실하자고 호소한다.
 

2016년 20대 총선은 민주당이 더 크게 이길 수 있었다. 이해찬, 정청래의 컷오프로 당시 당지지율이 3~4%는 족히 빠졌다.(리얼미터 기준) 20대 총선에서 5%차이로 승부가 갈린 곳 68개 지역구, 3% 차이로 승부가 갈린 지역이 37군데, 1% 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지역이 13곳이다.
 
이해찬 정청래 컷오프로 핵심 지지층도 집단 탈당을 했고 당사 앞에서는 “정청래를 살려내라”며 항의 필리버스터가 연일 열렸다. 중앙당사를 비롯해 17개 시도당 사무실에는 항의 전화 폭주로 1주일가량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선거운동의 필수조건인 전파력 높은 핵심지지층의 이탈과 그 여파로 인한 지지층 균열이 걱정되었다.
 
나는 당시 2~3천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하는 대형 토크쇼의 메인 패널이었다. 나의 컷오프로 부산 백스코의 토크 콘서트가 눈물바다가 되었고 예정된 수원 콘서트 등도 연달아 폭망 했다.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실제 나에게 전화를 해서 “정청래 짤라 놓고 무슨 낯으로 표 달라고 선거운동을 하느냐?”며 하도 욕을 해서 선거운동을 못하겠다고 한 후보들이 40명 쯤 된다.
 
40번째 쯤 전화를 한 어느 국회의원(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분이다.)이 “지금은 큰 감동이 필요하다. 정청래의원이 지원유세를 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도 선거운동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선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더컷유세단”이다. 공천탈락한 사람들이 공천 받은 사람들 뽑아달라고 지원유세를 다닌 경우가 이전에 있었던가? 나는 개인적 지원유세를 비롯해 더컷유세단 공식 활동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94명의 후보 지원유세를 다녔다. 전국적으로 1만 km 이상을 달렸다.
 
내가 백의종군 선언을 하고 탈당한 당원들을 위로하면서 유세현장에서 그 분들과 동고동락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랴부랴 호남 지원유세를 나갔고 그 덕분에 당 지지율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의 백의종군과 지원유세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을지 숫자로 잡힌 것은 없다. 그러나 수도권 3% 박빙의 승부지역(37군데)에서는 의미 있는 도움이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자 김종인 선생이 만나자고 전화가 와서 한분의 배석자를 두고 만났다. 그는 놀랍게도 컷오프 시킨 지역구에 대한 대안이 없었다. 무대책이었다.
 
내 지역구(마포을)에 “누구를 공천하면 좋겠느냐?”고 나에 물었다. 참 황당했다. 대안 없는 컷오프였다. 짜르 황제 이름처럼 짜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무책임했고 무능했다. 팩트에 기반 하지 않는 확증편향 공천이었다.
 
정치인은 다 자기 주장이 있다. 아전인수식으로 해석을 한다. 나도 이 글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억울했지만 공천을 못 받아서 불만을 품고 탈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공천탈락자가 공천확정자들을 위해 지원유세를 다녔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진영논리를 벗어나자는 말이 있다. 진영논리를 벗어나려면 그 진영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 진영의 지지와 그 당의 공천을 받고, 그 진영을 공격하고 공천 받아 당선된 그 당을 공격하면 그게 이성적인가? 모든 걸 떠나서 옳은 일인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당의 논리가 싫으면 그 당의 공천을 받지 말아야 한다. 왜 그 진영과 그 당의 당론이 싫은데 왜 그 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을 하는가?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냉소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마 철새정치일 것이다. 경유형 철새든 직행 철새든 정치를 후퇴시키는 정치 불량배들이다. 공천 못 받을 것 같으니까 탈당하고, 공천 떨어지니까 탈당하고, 심지어 정상적인 경선에서 본인이 패배해 놓고 진영논리 운운하며 탈당한다. 자신의 사적욕망과 탐욕을 위장하는 방패로 친정집 우물에 침을 뱉지 마라.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을 더 크게 이길 수 있는 것을 1석 차이로 이겼으니 오히려 패배한 것이다. 4년 후 21대 총선은 20대 총선을 반면교사 삼아 1년 전부터 시스템 공천으로 공천 잡음을 없앴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 당선이라는 전대미문의 승리를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과 K-방역 등 여러 승리요인이 있을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컷오프당한 이해찬 대표의 와신상담 시스템 공천, 당대표 측근들의 희생, 그리고 이해찬 대표의 경륜과 전략 등으로 대승할 수 있었다. 이해찬 대표의 공이 아주 크다.
 
물론 예상 철새들을 걸러낸 지지자와 국민들의 공은 더 크다. 조국 프레임을 들씌우려는 악의적 공격을 막아낸 덕분이기도 하다. 나는 강서구에서 강선우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에서도 승리한 것이 당의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금태섭의 경선탈락이 총선승리의 보약이 됐다고 본다. 권리당원과 지역구민들의 지혜로운 선택의 결과다.
 
민주주의 꽃이 선거다.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는 개인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당을 떠나 독불장군 무소속으로 당선되기는 어렵다. 역사는 영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중이 만든다. 영웅은 그들의 대표일 뿐이다. 유권자는 개인을 보기도 하지만 당을 보고 선택한다. 당에 불만이 있다고 (공천확정 이전에)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분은 무모하거나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다. 당을 사랑하자.
 
글을 마무리 한다.  나는 모두에 한스 로슬링 박사의 <팩트풀리스> 책의 목차를 소개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얼마나 단견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분들에게 특히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금 나의 주관적 생각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 말수 가 있다. 허상을 쫓지 말고 팩트를 추구하자. 팩트만 보지 말고 팩트의 의미를 파악하자.
 
정보의 불균형이란 말이 있다.
정보의 부재, 팩트의 부재에 따른 허상과 혼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
 
고름은 피가 되지 않는다. 


나가줘서 고맙다.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