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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역사를 썼다며 자랑한 자한당의 추경 삭감 그 내역을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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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제출된 지 100일째 되던 지난 2일(2018.8),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그리고 6조7천억원이었던 정부안에서 8567억원(12.8%)을 삭감하면서 가까스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추경이 2013년에는 102억(0.1%), 2015년에는 691억(0.6%), 2016년에는 1054억원(1%) 삭감되는 데에 그쳤던 것과 견주면 상당한 수준의 삭감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고 새역사를 썼다' 며 자평했다. 

 

다시 나의원의 말을 빌어보면 이렇게 예산을 삭감한 데는 “터무니 없고 말도 안되는 현금 살포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결과”라며 “정말 필요한 민생 안전 예산은 증액했다”고 말했다. 이제 여기서 팩트 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추경 과연 무엇이 얼마만큼 삭감되었는지 알아보자. 

 

 

이번 추경 심사를 거치며 삭감된 예산은 주로 청년 구직자·중소기업·저소득층 등 ‘약자’들을 위한 지원금이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실업자를 위한 구직급여는 최근 지원 금액이 늘었고, 향후 지원 인원도 132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예산은 4500억원이 깎여나갔다. 젊은 일손이 부족한 지역에서 청년 취업을 돕기 위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도 123억5천만원이 깎였다. 

민주당이 심사 막판까지 한국당과 줄다리기를 벌이며 지키려 노력했던 ‘고용창출장려금’ 예산마저 721억원이 삭감됐다. 고용창출장려금은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예상보다 인기가 좋아 지난 5월에 올해 예산 6745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청년이 올해만 9만8천명이었다. 정부는 3만2천명을 추가 지원하겠다며 2883억원을 추가 편성했으나, 이 중 25%가 삭감되면서 8천명은 혜택을 못 받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 사업도 삭감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 중소기업 금융자금으로 무역보험기금 예산 1700억원을 포함했다. 중소 규모 수출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 역시 700억원이나 삭감했다. 우리 수출이 8개월째 감소하고 있어서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무역금융 공급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차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저소득층 지원 예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 정부는 부양의무자 재산 소득환산율을 완화하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턱을 낮춘 바 있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 수급 대상자가 3만4천명 이상 늘어나 정부는 예산 164억원을 추가 편성했지만 한국당은 55억원을 삭감했다. 저소득층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병원에 지원하는 의료급여 경상보조 예산도 762억원이나 감액됐고, 형편이 어려워 미세먼지 마스크도 살 수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예산도 129억원이 깎여 반 토막이 났다.

한국당은 왜 이렇게 추경안에 삭감에 열을 올렸을까? 자유한국당이 추경안 예산에 칼날을 들이댄 명분은 “빚을 내 추경을 하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빚까지 내면서 추경을 하려는 정부여당이 “총선용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을 위해 국채를 3조6천억원 발행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예상치인 39.4%보다 0.1%포인트 늘어날 뿐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40%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10%(2017년 기준), 미국(105.1%), 영국(117%), 일본(224%)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다. 이렇게 건강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에 9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정 건전성을 들먹이며 추경에 발목을 잡은 자유한국당. 그것도 지금 일본과의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중소기업들의 수출을 활로를 열어줘야 할 절대절명의 시기에 이런식의 예산 발목잡기를 하고,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연일 현 정부를 공격하면서도 실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정책은 하지 못하게 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은 모두 삭감처리하면서 새역사를 써냈다고 자랑하는 꼴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정치인이 아닌 것 같다. 이러니 토착왜구당이라는 비난을 받지..